쫓아오는 코모도 왕도마뱀과 도망가는 염소 @KomodoImprove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건조한 수풀 지대, 생과 사의 기로에 선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세계 최대의 도마뱀인 코모도 왕도마뱀 한 마리가 갈색 염소의 뒤를 쫓고 있었습니다.
염소는 자신의 뒤에서 거대한 포식자가 다가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도망가지 않고 느릿하게 걷고 있었습니다.
덩치 큰 코모도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염소에게 성큼성큼 다가왔습니다. 보는 이들은 '저러다 조만간 한입에 잡아 먹히겠구나' 하고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코모도가 열심히 다가올수록 그 움직임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 보였습니다. 아무리 코모도가 강력한 포식자라지만, 이렇게 느린 걸음으로는 염소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코모도 왕도마뱀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 염소 @KomodoImprove
염소와 가까워진 코모도 왕도마뱀 @KomodoImprove
염소가 도망가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순간, 코모도가 드디어 염소를 잡으려 크게 입을 벌리고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그 순간, 염소는 마치 간파했다는 듯이 가볍게 몸을 옆으로 틀어 공격을 피했습니다. "으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한 민첩함이었습니다.
염소는 공격을 피한 후에도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대신, 폴짝 뛰어 코모도에게서 잡아 먹히지 않을 만큼의 거리만 유지하며 여유를 부렸습니다.
코모도가 한 걸음 다가서면, 염소는 딱 한 걸음 반짝 도망가는 식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었습니다.
염소를 잡아먹으려 입 벌린 코모도 왕도마뱀 @KomodoImprove
알고 보니 염소는 코모도의 느린 평소 걸음을 계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염소의 민첩하고 빠른 달리기 속도에 비해, 코모도의 육중하고 느릿한 움직임은 위협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코모도는 자신의 느린 걸음 때문에 염소를 끝내 잡아먹지 못하고 힘든 싸움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코모도 왕도마뱀이 육중한 크기 때문에 느릴 것이라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코모도 왕도마뱀은 평소에는 느긋하게 에너지를 아끼지만, 사냥을 위해 짧은 거리에서는 순간적으로 시속 20km에 육박하는 빠른 속도로 돌진할 수 있습니다.
도망가는 염소 @KomodoImprove
영상 속에서 염소가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코모도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순간 속도를 내지 않고 느리게 추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코모도는 주로 매복하여 기습하거나, 독을 품은 침으로 상처를 입힌 후 며칠에 걸쳐 먹잇감이 약해지기를 기다리는 사냥 방식을 선호합니다.
염소가 코모도의 '돌진' 거리 바깥을 유지하며 그 느린 걸음을 역이용한 영리한 생존 전략을 보여준 흥미로운 장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