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에 놓인 밥그릇 앞. 덩치 큰 셰퍼드 아빠는 작은 새끼 강아지를 옆에 두고 점잖게 엎드려 있습니다.
밥그릇에는 맛있는 사료가 가득하고, 새끼는 쪼르르 다가와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아빠 댕댕이의 눈은 밥그릇을 향해 번뜩입니다. "이 정도면 나도 조금 먹어도 되지 않을까?"
새끼가 정신없이 밥을 먹는 틈을 타, 아빠는 슬그머니 자신의 커다란 머리를 밥그릇 쪽으로 들이밀어봅니다. 새끼가 눈치채지 못하길 바라며, 사료 알갱이 몇 개를 쏙 집어먹으려는 순간!
“크아앙!”


조용히 밥을 먹던 작은 새끼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아빠를 향해 돌진합니다. 새끼에게는 '밥그릇을 침범한 아빠'는 용납할 수 없는 도둑이었던 것입니다.
작은 털 뭉치가 온몸으로 아빠를 밀어내며 밥그릇을 지키자, 아빠 댕댕이는 그야말로 혼비백산합니다.
아빠는 화를 내기는커녕, 커다란 귀를 뒤로 착 붙이고 눈동자를 굴리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합니다.
이 덩치 큰 포식자에게 이토록 거대한 위협은 없었을 것입니다. 새끼의 성난 울음에 놀란 아빠는 이내 얌전히 물러나 반성하는 자세로 엎드려 앉습니다.


새끼에게 밥그릇을 통째로 양보한 아빠 댕댕이의 모습에서는 힘겨운 육아의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새끼의 성난 울음과 잔소리를 자식이라 화도 못 내고 그저 감수해야 하는 아빠의 삶. 밥 한 그릇마저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비굴한 가장의 모습이 보는 이들에게 웃픈 공감을 자아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