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감

물소 상처를 핥아주는 사자인 줄 알았는데 사실 산채로 뜯어먹고 있는 중이었다

BY 하명진 기자
2025년 11월 11일

애니멀플래닛@MacKrugerWildlifeVideos


황량한 사바나의 마른 풀밭 위에서 펼쳐진 한 장면은 보는 이에게 기묘한 혼란을 안겨줍니다. 


사진 속에는 늠름한 아프리카 물소 한 마리가 서 있고, 그 등에 올라탄 암사자는 마치 물소의 상처를 정성껏 돌봐주려는 듯한 다정한 몸짓을 취하고 있습니다. 


상처를 핥아주는 듯한 부드러운 움직임, 그리고 물소의 굳게 다문 입가에서는 고통보다는 묵인하는 듯한 알 수 없는 표정마저 읽히는 듯합니다. 


이 잔혹한 야생에서, 맹수와 피식자가 공유하는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낭만적인 시선이 발동하는 순간입니다.


애니멀플래닛@MacKrugerWildlifeVideos


애니멀플래닛@MacKrugerWildlifeVideos


하지만 냉정한 야생의 현실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사자가 물소의 등에 올라타 머리를 숙이고 있는 그 행동은 상처를 치유하는 온정의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숨이 붙어있는 물소의 살을 뜯어먹는 가장 잔인하고 본능적인 사냥의 방식이었습니다. 


물소의 검은 등 위로 선명하게 보이는 붉은 자국과 사자의 입가에 묻은 피의 흔적이 그 섬뜩한 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플래닛@MacKrugerWildlifeVideos


아프리카 물소는 성질이 매우 포악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사자에게도 가장 위험한 사냥감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냥꾼들은 물소를 '검은 죽음(Black Death)'이라고 부를 정도로 위협적이며, 사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마리가 협력하여 물소의 목덜미나 등, 혹은 다리 등 치명적인 부위를 공격해야만 합니다. 


특히 물소가 서 있는 상태에서는 넘어뜨리는 것 자체가 극도의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사자들은 물소가 반격할 힘을 잃거나 이미 제압당한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제압할 수 있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게 됩니다.


애니멀플래닛@MacKrugerWildlifeVideos


이 장면은 바로 사냥의 마지막 단계, 즉 살아있는 상태의 먹잇감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입히고 포식을 시작하는 잔혹한 순간을 포착한 것입니다. 


사자가 물소의 상처를 핥아주는 것이라 믿고 싶었던 우리의 희망적인 착각과는 달리, 물소는 자신을 뜯어먹는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며 서 있었던 것입니다. 


이미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도망치거나 격렬히 저항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그 끔찍한 고통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던 것일 수 있습니다. 


이 영상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본능과, 그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낭만적인 기대를 동시에 보여주는 야생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생의 세계에는 상처를 보듬어주는 맹수의 온정은 없으며, 오직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포식과 피식의 관계만이 존재한다는 냉엄한 진실을 이 장면은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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