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ry Pannell / Caters
한때 아프리카 초원을 호령했던 밀림의 제왕이 세월의 흐름 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순간이 포착되었습니다.
늙고 병들어 무리에서 밀려난 사자가 거대한 코끼리에게 쫓기며, 하루하루 굶주림 속에서 쇠약해져 가는 비극적인 마지막 모습입니다.
이 가슴 아픈 장면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서식했던 사자 '스카이베드 스카(Skybed Scar)'의 최후를 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사진작가 래리 앤서니 패널(Larry Anthony Pannell)이 노쇠하여 앙상하게 야윈 사자의 마지막 여정을 카메라에 기록했습니다.
Larry Pannell / Caters
사진 속 '스카이베드 스카'는 과거 왕좌를 지키던 시절의 당당하고 위풍당당한 위엄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수척해진 몸은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웅덩이에서 힘겹게 목을 축이는 모습은 네 발로 서 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보였습니다. 굶주림에 지쳐 가죽과 뼈만 남은 그의 모습은 한때 최상위 포식자였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Larry Pannell / Caters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자가 물을 마시던 중 거대한 코끼리가 다가오자 경고의 포효를 해보았으나 이내 힘없이 밀려나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몇 걸음을 채 걷지 못하고 결국 풀밭에 주저앉아버린 사자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렇게 사자는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사자의 마지막을 지켜본 사진작가 래리 앤서니 패널은 당시의 심경에 대해 "죽어가는 사자를 보며 마치 제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와 똑같은 감정을 느꼈습니다"라고 전하셨습니다.
Larry Pannell / Caters
또한, "저희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지만, 둘 다 이것이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라며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자연의 냉혹한 진실을 목격한 증인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라고 덧붙이셨습니다.
한때 사자 무리를 이끌었던 밀림의 왕 '스카이베드 스카'. 그의 최후는 외롭고 초라했으며, 굶주림과 두려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작가는 오랫동안 사자와 눈을 맞추며 교감했고,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뒤 사자는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Larry Pannell / Caters
이 비극적인 사자의 마지막 이야기는 자연의 냉정한 섭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삶에도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한때 최고의 권력과 힘을 누렸더라도, 결국 누구에게나 끝은 찾아온다는 평등한 진실을 말해줍니다.
오직 힘과 명예, 물질만을 쫓으며 공정함을 잃었던 삶의 끝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깊은 울림을 주는 사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