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up-1
숨 가쁜 추격전을 벌이던 아프리카 들개(Painted Wolf) 무리와 영양들 사이에 갑자기 기묘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영양들을 쫓던 들개들은 거대한 바위 위에서 멈춰 서서, 아래쪽에 있는 먹잇감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생명을 위협받던 영양들이 놀랍게도 이 바위 중간 지대를 피난처 삼아 목숨을 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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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들은 바위의 가파른 경사 때문에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애만 태웠습니다. 몇몇 용감한 들개들은 미끄러운 바위를 기어 내려가 보려 했지만, 미끄러져 떨어질까 두려워 덜덜 떨며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영양을 잡아먹고 싶은 본능과 미끄러운 바위에 대한 공포가 충돌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들은 최대한 입을 내밀어 보지만, 그 시도는 터무니없이 짧아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반면, 영양들은 자신들이 처한 위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로 위에서 맹수들이 침을 흘리고 있는데도 너무나 여유롭고 평온한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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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까지만 해도 치열한 사냥 장면이었으나, 단숨에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어 버린 것입니다.
영양들이 혹시라도 실족하기를 바라며 몇 마리의 들개들은 바위 아래쪽에서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영양들은 전혀 동요하는 기색 없이 바위 표면에 착 달라붙어 평화로운 휴식을 즐기는 듯했습니다.
이처럼 영양들이 마치 산양처럼 위험한 바위를 능숙하게 타며 천적을 따돌릴 수 있는 데에는 그들의 놀라운 신체적 특징이 있습니다.
영양 중에서도 사진에 보이는 영양 종류(예: 클립스프링어 등)는 바위가 많은 험준한 지형에 서식하며, 이러한 환경에 특화된 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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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발굽은 단단하고 뾰족하며, 발굽의 끝이 고무처럼 탄력이 있는 패드로 되어 있어 미끄러운 바위 표면을 딛고도 최고의 접지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몸무게가 가벼워 발에 가해지는 압력이 적고, 네 발을 모아 아주 작은 돌기나 틈새에만 의지한 채도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체 구조 덕분에 영양들은 높은 곳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가파르고 험한 지대를 자신들을 쫓아오는 들개나 표범 같은 천적들로부터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벽으로 활용합니다. 바위산은 영양들에게는 가장 안전한 요새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