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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와서 배가 너무 고파 여동생에게 "야, 얼른 국수 좀 삶아 먹자!" 하고 요청했습니다.
평소에 뚝딱뚝딱 음식을 잘 만드는 동생이라 별 기대 없이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밥 먹으러 나오라는 소리가 없는 겁니다.
슬금슬금 부엌으로 가보니, 동생이 국수 그릇 앞에 앉아 엄청난 집중력으로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더라고요.
"너 뭐 해? 배고파 죽겠는데!"라고 했더니, 동생이 씨익 웃으면서 방금 완성한 작품을 제 앞에 내밀었습니다.
아니, 이게 뭡니까? 파랗고 둥근 그릇 안에 국수가 잔뜩 담겨 있는데, 그게 꼭 복슬복슬한 하얀 댕댕이 얼굴 모양인 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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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면발을 촘촘히 얹어 털의 질감을 완벽하게 살렸고, 특히 이마 위로 내려온 앞머리(?) 디테일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새까만 올리브 알 두 개로 눈을 만들고, 정 가운데 올리브 반 쪽을 코로 장식했는데, 이게 녀석의 시무룩한 표정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겁니다.
마치 "왜 나를 먹으려고 하는 개?" 라고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좀 심술이 난 듯한 '심술 댕댕이' 같기도 하고요.
배고프다고 투덜대던 저와 동생은 한참 동안 이 국수 댕댕이 앞에서 사진만 백 장을 찍었습니다. 도저히 이 귀여운 얼굴을 망가뜨릴 수가 없어 한참을 망설였지만, 결국 배고픔이 승리하고 말았죠.
"야... 미안하다. 맛있게 먹어줄게!"
먹으면서도 댕댕이 얼굴이 자꾸 생각나서 혼났네요. 저희 동생, 국수 요리 대신 국수 아트로 특기를 바꿔야 할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