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una

"목줄 없는데도 꼼짝 못해요" 구조 후 1년 지나도 풀리지 않은 유기견의 상처

BY 장영훈 기자
2026년 06월 16일

새끼들은 다 예쁘다고 데려갔으면서, 왜 제일 순한 어미 강아지만 끝까지 남겨졌을까


애니멀플래닛유기견 보호소 유기견 트라우마 극복 / La Guarida Salvavidas


진짜 이상했습니다. 철장 문을 활짝 열어주고 목을 조이던 밧줄까지 싹 다 잘라줬거든요. 그런데 녀석은 단 한 걸음도 떼지 못하더라고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발이 꽉 묶여 있는 것처럼, 그냥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무엇이 녀석을 그토록 슬프게, 가슴 아프게 만든 것일까.


다른 애들 같으면 신나서 마당을 날뛰었을 텐데 녀석은 멍하니 주변 눈치만 살피는데 그 모습이 참 묘하면서도 가슴이 쿵 내려앉게 합니다.


애니멀플래닛유기견 보호소 유기견 트라우마 극복 / La Guarida Salvavidas


이 가여운 녀석의 이름은 파블로바입니다. 에콰도르의 어느 시골 마당 구석에서 발견된 유기견인데 구조될 당시 이미 배가 불룩한 임신 상태였다고 합니다.


평생을 짧은 끈에 묶여서 새끼만 낳는 기계처럼 살아왔던 것. 그러니 인간의 손길이 오죽 무서웠을까. 다행히 새끼들을 임신한 녀석은 보호소로 와서 새끼들은 무사히 낳았습니다.


털도 뽀송뽀송하고 순해서 금방 좋은 주인 만나서 나갈 줄 알았죠. 다들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애니멀플래닛유기견 보호소 유기견 트라우마 극복 / La Guarida Salvavidas


어미 유기견 파블로바가 제 살 깎아가며 키운 새끼들은 이쁘다고 며칠 만에 다 입양됐는데 정작 이 작은 녀석만 덩그러니 보호소에 남겨진 겁니다.


사람이 다가오면 반갑다고 꼬리를 쳐야 눈길이라도 한 번 더 받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녀석은 옛날 주인한테 두들겨 맞던 기억 때문인지, 사람이 오면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구석으로 숨기 바빴죠.


외모는 영락없이 사랑스러운 반려견인데 마음의 문이 아주 빗장처럼 꽉 잠겨 있었던 것입니다.


애니멀플래닛유기견 보호소 유기견 트라우마 극복 / La Guarida Salvavidas


구조된 지 1년이 꼬박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보호소 직원이 퇴근하려다 구석을 보고는 그만 펑펑 울어버렸는데요.


어미 유기견 파블로바가 잠든 자세 때문이었는데요. 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진 것처럼 목을 뒤로 꺾고, 아주 좁은 틈에 몸을 억지로 구겨 넣은 채 자고 있었던 겁니다.


수년간 몸에 밴 유기견 트라우마가 끈이 사라진 지 1년이 넘어서까지 육체를 지배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도 다행인 건, 세상이 아주 차갑지만은 않다는 겁니다.


애니멀플래닛유기견 보호소 유기견 트라우마 극복 / La Guarida Salvavidas


다행히도 이 슬픈 눈망울을 가만히 들여다봐 준 진짜 가족이 나타났거든요. 새끼들 다 떠나고 혼자 외롭게 버티던 어미 유기견 파블로바에게도 드디어 기적이 찾아온 겁니다.


물론 평생 가슴에 박힌 상처를 지우려면 앞으로도 엄청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겠죠. 그래도 이제는 무서운 주인이 아니라, 녀석의 손을 꼭 잡아줄 진짜 가족이 생겼으니 참 다행이지 않나요.


따뜻한 이불 위에서 잠들었을 어미 유기견 파블로바는 과연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이제는 제발 목줄 없는 세상에서 마음껏 달리는 꿈만 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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