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괴상한 박쥐의 실체 / Sarah H. Olson
날아다니는 박쥐는 보통 사람들에게 조금 무섭고 신비한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깊은 숲에는 마치 가고일처럼 생긴 특별한 박쥐가 살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독특한 이 박쥐는 바로 '망치머리박쥐(Hammer-headed bat)'라고 하는데요. 정말 보면 볼수록 입이 떡 벌어지게 합니다.
망치머리박쥐 수컷은 다른 박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네모난 듯 길쭉하게 튀어나온 머리는 단순히 모양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가 있죠.
아프리카 괴상한 박쥐의 실체 / Earthly Mission
바로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 소리를 크게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컷들은 밤이 되면 강가의 나무에 매달려 "빵빵" 울부짖듯 큰 소리를 내며 암컷을 유혹한다 하는데요.
이때 머리 속에는 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는 공간이 있어서 멀리서도 들릴 정도의 경적 같은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짝짓기 방식입니다. 망치머리박쥐는 '레크(leks)'라는 집단 구애 방식을 사용합니다.
아프리카 괴상한 박쥐의 실체 / Earthly Mission
한밤중에 무려 150마리의 수컷이 모여 나무에 매달려 동시에 소리를 지릅니다. 그리고 암컷들은 이 사이를 날아다니며 가장 마음에 드는 수컷을 고릅니다.
놀라운 사실은 소수의 수컷만이 선택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암컷들은 늘 같은 6% 정도의 수컷만 골라주고 나머지 대부분은 평생 짝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결국 가장 크고 힘찬 소리를 낼 수 있는 수컷만이 사랑을 얻는 셈인데요. 이렇게 큰 소리를 내기 위해 망치머리박쥐의 몸은 특이하게 발달했습니다.
아프리카 괴상한 박쥐의 실체 / Sarah H. Olson
수컷의 성대는 몸속 공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서 심장과 폐, 내장이 옆으로 밀려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소리를 위해 진화한 모습이라 할 수 있죠.
암컷은 수컷처럼 큰 머리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여우처럼 날렵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몸집도 수컷보다 작습니다.
다만 수컷과 암컷 모두 날개를 펼치면 길이가 1m에 달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박쥐로 꼽힙니다. 몸은 회갈색 털로 덮여 있어 멀리서 보면 꽤 멋있게 보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괴상한 박쥐의 실체 / Sarah H. Olson
망치머리박쥐는 주로 과일을 먹습니다. 무화과, 망고, 바나나, 구아바 같은 열대 과일이 주요 먹이입니다.
과거의 기록에 따르면 가끔은 닭을 공격하거나 새고기를 먹는 경우도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피를 마셨다는 보고도 있어 더욱 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이 박쥐가 자는 모습도 독특합니다. 날개를 얼굴에 둘둘 감아 마치 커다란 망토 속에 얼굴을 숨기듯 잠을 잡니다. 그 모습은 마치 괴물 같으면서도 신기하게 보입니다.
아프리카 괴상한 박쥐의 실체 / reddit
망치머리박쥐는 괴상한 외모와 특이한 습성 덕분에 '괴물 같은 박쥐'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숲을 지키는 중요한 동물입니다.
과일을 먹고 씨앗을 퍼뜨리며 숲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못생기고 무섭게 생겼다고 해서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망치머리박쥐는 외모가 특이하든 무섭든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 생태계에서 빠져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 신비한 박쥐는 결국 자연이 만든 또 하나의 걸작인 셈입니다.